기본 정보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2024년 5월 4일부터 6월 9일까지 JTBC 토·일 밤 10시 30분에 방영된 12부작 드라마로, 재능을 잃어가는 ‘초능력 가족’과 한 미스터리 여성의 만남을 통해 일상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판타지 로맨스입니다. 주연은 장기용(복귀주), 천우희(도다해), 고두심(복만흠), 김수현/Claudia Kim(복동희). 기획·제작은 SLL,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 스토리앤픽쳐스미디어가 맡았고, 주화미 작가, 조현탁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방송과 동시에 큰 화제를 모았고, ‘가족’과 ‘능력’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현대적 질병·삶의 무게와 엮어 ‘영웅담의 탈색’이라는 독특한 톤을 완성했습니다. 무엇보다 “행복했던 기억으로만 돌아갈 수 있는 남자”라는 한정 규칙의 타임슬립 설정이 러브스토리와 성장 드라마의 결을 정교하게 묶어 줍니다. 작품은 초능력 자체를 과시하기보다, 능력이 사라진 이유—우울, 불면, 관계 파열—를 응시하며 ‘누군가에게 필요한 순간에 용기를 내는 평범함’이야말로 오늘의 히어로라고 말합니다.
몰입 요소
이 작품의 1차 몰입 포인트는 능력의 한계가 곧 감정선이라는 점입니다. 복귀주의 능력은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으로만 되감기”이지만, 아내의 사망 이후 우울이 심해지며 ‘행복’의 기억 자체를 상실해 타임슬립이 봉인됩니다. 능력 상실은 과장된 재난이 아니라 현대의 생활습관병·정신건강 문제와 맞닿아 있고, 가족 각자의 증상(우울/불면/비만 등)이 서사 동력으로 작동합니다. 이로써 초능력은 장르적 장식이 아니라 인물 상태를 가시화하는 장치가 되고, 시청자는 능력을 되찾는 과정 = 마음이 회복되는 과정에 자연히 빨려듭니다. 2차 포인트는 ‘사기 결혼’에서 ‘진짜 관계’로 이동하는 멜로드라마의 탄성입니다. 도다해는 속내를 감춘 채 복가에 들어오지만, 가족의 온기와 귀주의 상처를 마주하며 점점 진심이 섞여 갑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타임슬립의 작은 변주(되감기/되돌림의 윤리)와 맞물려 ‘사랑이 과거를 구원할 수 있는가, 혹은 과거가 사랑을 갉아먹는가’를 끊임없이 묻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족극의 리듬이 몰입을 밀어 줍니다. 장면마다 선택과 책임이 교차하고, 유머·멜로·미스터리를 주기적으로 호흡시키는 편집 덕분에 회차 체감이 빠릅니다.
추가 몰입 요소: 세계관의 규칙성과 디테일
세계관은 단순 요약을 거부할 만큼 규칙이 명확합니다. 귀주의 시간 되감기는 ‘본인이 실제로 겪은 순간’이며 ‘행복했던 기억’에만 접근 가능합니다. 어머니 만흠은 예지몽을 꾸지만 불면으로 능력이 마비되어 있고, 누나 동희는 비행 능력을 지녔으나 비만으로 이륙 자체가 제한됩니다. 아버지만은 유일하게 무능력자. 딸 이나는 눈이 마주치면 타인의 생각을 읽는 능력이 있지만, 또래로부터의 고립과 휴대폰 의존, 안경 프레임 뒤에 숨은 시선 회피가 성장의 덫이 됩니다. 이 디테일들은 ‘능력=문제 해결’이 아니라 ‘능력=감정의 은유’임을 강조하며, 시청자에게 “내 삶에서 잃어버린 감각은 무엇인가”를 돌려 묻습니다. 또한 사기 가족의 위장 서사(가짜 친족 관계, 접근 동기, 돈을 둘러싼 욕망)는 멜로의 감정과 서스펜스의 긴장을 교대로 올려 주어 ‘정주행 유도력’을 키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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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포인트
① ‘평범함의 영웅성’: 이 드라마가 말하는 영웅은 괴력을 쓰는 인물이 아니라, 도망치고 싶은 순간에도 남아 주는 사람입니다. 불면을 이겨 한숨 자고, 다시 꿈을 꿔 보려는 시도, 아이의 눈을 똑바로 보고 대화하려는 노력 같은 ‘작은 실천’이야말로 이야기의 클라이맥스입니다.
② 러브스토리의 윤리: 되감기의 유혹은 크지만, 과거를 틀어쥐는 행위는 현재의 타자(연인·가족)를 도구화할 위험을 동반합니다. 관계의 신뢰가 회복될수록 귀주가 과거에 집착하기보다 현재에 머무르는 선택을 하는 지점이 여운을 남깁니다.
③ 10대 성장선: 이나는 ‘시선의 맞대기’가 곧 ‘타인의 내면 침투’라는 부담으로 작동합니다. 타인의 생각이 들리는 아이가 또래에게 보이는 태도, 프라이버시의 경계를 배우는 과정은 청소년 서사의 미덕을 충실히 구현합니다.
④ 장르 혼합의 호흡: 가족 치유극의 따뜻함, 로맨스의 설렘, 사기극의 서스펜스, 판타지 규칙의 퍼즐이 충돌하지 않고 에피소드 단위로 박자를 맞춥니다.
⑤ 배우들의 축적된 디테일: 장기용은 멍하게 떠 있는 표정을 통해 ‘행복한 기억을 잃은 사람’의 텅 빈 상태를 설득력 있게 보여 주고, 천우희는 ‘사기’와 ‘진심’ 사이의 경계에서 자주조절 톤을 정교하게 유지합니다. 고두심·클라우디아 김·박소이·오만석 등은 각자의 서브 플롯에 생활감을 채워 덩어리감 있는 ensemble을 완성합니다.
인물 관계 & 성장
복 가(家)는 ‘사라진 능력’만큼이나 ‘흩어진 마음’을 안고 있습니다. 귀주는 우울로 가장 소중한 기억과의 연결이 끊겼고, 만흠은 예지의 축복이 불면의 저주로 변했습니다. 동희는 ‘날던 사람’의 자존감이 체형과 시선에 생채기를 입으며 바닥을 칩니다. 여기에 도다해라는 외부자가 들어오면서, 각 인물의 병증은 거울처럼 비춰지고—처방은 능력 회복이 아니라 관계 회복으로 제시됩니다. 귀주는 과거의 ‘행복’이라는 결과물을 쫓던 사람에서, 현재의 ‘행복을 만드는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바뀌고, 만흠은 ‘정답을 먼저 아는 어른’에서 ‘함께 모르는 미래를 견디는 어른’으로 이동합니다. 동희는 몸의 조건을 낙인으로 삼지 않는 법을 배우며, 이나는 ‘눈을 마주하는 것’이 침해가 아니라 소통의 시작일 수 있음을 체득합니다. 반면 도다해 가족(백일홍·그레이스·노형태)의 위장 친족 관계는 ‘돈’과 ‘안전’이 감정의 언어를 어떻게 잠식하는지 보여 주는 대비 축으로 기능합니다. 그들이 점차 관계의 대가를 치르며 흔들릴 때, 시청자는 ‘사랑/책임/소유’의 구분선을 다시 묻게 됩니다.
서사와 장르적 실험
작품은 초능력의 상실 → 단서의 복원 → 선택의 윤리라는 3막 구조를 따르면서, 회차마다 장르적 모드를 변주합니다. 첫 주(1–2화)는 ‘정체 은폐’와 ‘가족 소개’에 리소스를 배분해 미스터리의 문을 열고, 중반(3–8화)은 되감기 규칙과 사기 플롯을 밀고 당기며 멜로의 몰입을 높입니다. 후반(9–12화)은 능력의 회복/유지보다 현재의 감정을 선택하는 인물의 결단으로 정서를 수렴합니다. 이 과정에서 시간 되감기 장면은 과거 회상의 감상성에 기댈 유혹을 경계하고, 현실의 감각(조명·호흡·생활 소리)을 유지해 ‘지나간 행복’의 빛깔을 무심하게 포착합니다. 음악 또한 과잉을 피합니다. 정재형 음악감독 특유의 담백한 테마는 감정의 고저를 선도하기보다 장면의 여백을 받치는 쪽을 택해, 서사의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습니다.
OTT 정보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현재 넷플릭스(Netflix)와 티빙(TVING)을 통해 정식 스트리밍으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JTBC 편성 당시 본방송을 통해 시청할 수 있었고, 종영 이후에는 OTT 플랫폼에서 손쉽게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많은 시청자들이 정주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 팬들 역시 동시에 작품을 접할 수 있어 글로벌 팬덤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총 12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회차당 러닝타임은 약 60분 내외로 주말 이틀에 걸쳐 정주행하거나 평일 저녁마다 한 편씩 즐기기에 적절한 분량입니다. 티빙에서는 실시간 방송 후 빠른 다시보기 서비스가 제공되었고, 넷플릭스에서는 국가별 서비스 정책에 따라 공개되어 해외에서도 비교적 손쉽게 접속이 가능합니다.
즉, 시청자는 국내 → JTBC 본방·티빙 VOD·넷플릭스, 해외 → 넷플릭스를 통해 접근할 수 있으며, 이는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유통 체계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