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 믿음과 배신의 경계를 파헤친 웰메이드 스릴러
1. 기본 정보와 방영 배경
2024년 가을 MBC가 야심차게 선보인 금토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한마디로 ‘믿음과 배신’을 정면으로 응시한 작품입니다. 2021년 MBC 극본공모전 우수작에 선정된 한아영 작가의 대본을 토대로, 연출에는 섬세한 감각을 자랑하는 송연화 감독이 참여했습니다.
MBC는 최근 몇 년간 미니시리즈 부문에서 다소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석규의 29년 만의 MBC 복귀작이라는 점은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습니다. 또한 신예 배우 채원빈을 비롯해 한예리, 윤경호, 오연수 등 실력파 배우들이 합류하면서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믿고 볼 수 있는 공중파 스릴러가 나온다”는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방영은 2024년 10월 11일부터 11월 15일까지 매주 금·토 밤 9시 50분, 총 10부작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넷플릭스와 쿠팡플레이를 통한 동시 공개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지상파 드라마가 국내외 시청자를 동시에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으며, 실제로 방영 직후 해외 팬덤을 빠르게 확보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드라마는 4부작 기획안에서 출발해 최종적으로 10부작으로 확장 제작된 사례로, 한 편의 영화 같은 밀도 높은 서사를 텔레비전 시리즈 형식으로 재현해냈습니다.
2. 줄거리와 기획 의도
드라마의 시작은 단순합니다. 국내 최고 프로파일러 장태수(한석규 분)가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던 중, 사건의 한 축에 자신의 딸 하빈(채원빈 분)이 연루되어 있음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작품은 “믿음”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놓고, 그것이 어떻게 사람을 구원할 수도, 파괴할 수도 있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니체의 말처럼 “진실의 가장 큰 적은 거짓이 아니라 믿음”이라는 메시지를 서사의 핵심에 새겨 넣었습니다.
부녀 관계 : 장태수는 누구보다 딸을 믿고 싶지만, 동시에 프로파일러로서 그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회적 신뢰 : 수사기관, 언론, 그리고 주변 인물들은 각자의 이익에 따라 진실을 왜곡합니다.
개인적 선택 : 하빈은 자신이 지닌 비밀과 상처를 감추기 위해 때로는 배신을 선택하고, 그것은 시청자에게 큰 충격을 안깁니다.
이처럼 단순한 범죄 수사극이 아니라 ‘인간 심리 드라마’에 가까운 밀도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내가 믿는 사람을 끝까지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3. 출연진과 캐릭터 해석
주요 출연진
한석규 – 장태수
베테랑 프로파일러로 냉철한 분석력을 지녔지만, 딸과 관련된 사건 앞에서는 무너져가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채원빈 – 장하빈
장태수의 딸이자 사건의 키를 쥔 인물.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한예리 – 서윤정
장태수와 함께 사건을 파헤치는 검사. 강인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통해 이야기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윤경호, 노재원, 오연수 등
각각 형사, 용의자, 피해자 가족 등 다양한 인물을 통해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더했습니다.
캐릭터 해석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캐릭터들은 선악으로 단순하게 나뉘지 않습니다. 모두가 상처와 욕망을 지니고 있으며, 때로는 피해자이자 가해자, 믿음의 주체이자 배신자가 됩니다. 이 다층적인 캐릭터 구성은 드라마의 핵심 몰입 요소로 꼽힙니다.
4. 시청률 추이와 대중 반응
초반 시청률은 5~6%대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5회 이후 입소문이 퍼지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6회에서 7.6%, 최종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9.6%를 기록하며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온라인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특히 “10부작이라는 짧고 밀도 있는 구성”에 대해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넷플릭스 동시 공개 덕분에 해외 팬덤이 빠르게 형성되었고, SNS에서는 “K-스릴러의 새로운 표준”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긍정적 반응 : 완성도 높은 각본, 배우들의 열연,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는 서사
비판적 반응 : 다소 잔혹한 묘사와 결방 이슈, 일부 인물의 서사가 빠르게 처리된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방영 내내 화제성을 유지하며 ‘웰메이드 스릴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5. 제작 비하인드
초기 제목은 〈거북의 목을 노려라〉였으며, 4부작 시나리오로 공모전에서 우수작에 뽑혔습니다. 이후 MBC 내부 논의를 거쳐 10부작 미니시리즈로 확장되었습니다.
현재 제목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심리학 저서 《이웃집 소시오패스》의 국내 번역명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제목부터 드라마의 긴장감을 암시하는 셈입니다.
검열 이슈 : 원작 시나리오에는 욕설과 폭력 묘사가 있었는데, 방송판에서는 일부 장면이 묵음 처리되었고, OTT에서는 무삭제판으로 공개되어 화제를 모았습니다.
엔딩 연출 : 마지막회 크레딧에 한석규 배우의 실제 자필 글씨체를 사용해 제작진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는 “작품과 배우가 온전히 하나가 된 순간”으로 평가받았습니다.
6. 평가와 수상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국내외에서 다양한 찬사를 받았습니다.
제37회 한국PD대상 작품상
제61회 백상예술대상 : 연출상(송연화), 여자 신인상(채원빈)
한국방송대상 대상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공식 초청작
씨네21 선정 2024 올해의 시리즈 1위
특히, 채원빈은 신인답지 않은 연기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거머쥐며 차세대 스타로 급부상했습니다.
7. 문화적 의의
이 드라마는 단순히 ‘범죄 스릴러’의 틀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가족 드라마의 확장 : 부녀 관계를 통해 가족 내의 믿음과 배신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뤘습니다.
K-스릴러의 새로운 가능성 : 잔혹성과 자극보다 심리와 관계에 초점을 맞추며 차별화된 장르성을 보여주었습니다.
OTT와 공중파의 융합 모델 : 공중파 방영과 동시에 OTT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에게 공개된 드라마로, 향후 제작 및 배급 전략에 큰 시사점을 남겼습니다.
8. 한 줄 평
“믿음의 가장 큰 적은 배신이 아니라, 그 믿음을 악용하는 사람이다.”
2024년을 대표하는 웰메이드 스릴러,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우리 모두에게 불편한 질문을 남깁니다.
“당신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얼마나 믿을 수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