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정보
2025년 5월 24일부터 6월 29일까지 tvN 토일 드라마로 방영된 〈미지의 서울〉(Our Unwritten Seoul)은 방영 전부터 큰 관심을 모은 화제작이었다. 총 12부작으로 기획된 이 작품은 스튜디오드래곤이 기획하고, 몬스터유니온·하이그라운드가 공동 제작했다. 연출은 박신우·남건 PD가 맡았으며, 극본은 이강 작가가 집필했다. 배우진은 박보영·박진영·류경수를 주축으로 다양한 세대의 배우들이 참여해 드라마적 완성도를 높였다.
장르는 단순히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울 만큼 다채롭다. 성장 드라마, 휴먼 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가족 드라마, 사회고발극, 오피스물, 일상·힐링 드라마의 요소가 모두 섞여 있다. 이는 곧 드라마가 보여주려는 의도가 단순한 사랑 이야기나 직장 서사에 머무르지 않고, ‘서울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 전체’를 포괄하려 했음을 의미한다.
드라마의 기획 의도는 제작진의 말처럼 "다른 이의 삶을 살아보며 이해와 연민을 배우는 과정"에 있다. 작품은 얼굴만 닮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가 인생을 맞바꾸는 거짓말을 계기로 서로의 세계를 체험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겉으로는 로맨틱 코미디의 톤을 유지하지만, 내면에는 사회 구조적 모순과 개인의 고뇌를 담아내며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방영 당시 tvN 토일 드라마의 부진을 씻고 다시금 시청률을 견인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시청률은 1회 3.6%(수도권 4.2%)로 시작해 꾸준히 상승, 최종회에서는 전국 8.4%(수도권 9.0%)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했다. 이는 동시간대 드라마 중 압도적인 성과일 뿐 아니라, 전작들이 흔들리던 토일 드라마 라인업을 되살린 사례로 꼽힌다.
특히 주연 배우 박보영과 박진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성숙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다. 박보영은 쌍둥이 자매 유미지와 유미래 1인 2역을 완벽히 소화하며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보여주었고, 박진영은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인 인물 이호수를 통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류경수 또한 입체적 캐릭터 한세진을 통해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몰입 요소
〈미지의 서울〉은 시청자가 쉽게 빠져들 수 있는 다층적인 몰입 장치를 탑재한 드라마다. 우선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쌍둥이 자매 설정이다. 외모만 닮았을 뿐 성격, 가치관, 삶의 조건이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삶을 맞바꾸는 과정은 언제나 극적인 긴장을 만들어낸다. 시청자는 "내가 저 사람의 자리에 있었다면?"을 끊임없이 상상하며 극에 몰입하게 된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바꿔치기 설정에서 그치지 않는다. 쌍둥이 자매가 서로의 삶을 살면서 발견하는 숨겨진 고통과 상처가 본격적으로 부각되면서, 이야기는 점차 깊어진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삶도 내면에는 아픔이 존재하며, 평범해 보이는 삶도 그 속엔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는 곧 ‘내가 가진 인생을 긍정하라’는 메시지로 이어진다.
또 하나의 몰입 요소는 서울이라는 공간성이다. 드라마는 특정 직장이나 가정에 국한되지 않고, 회사·가정·거리·공연장·병원 등 다양한 장소를 무대로 한다. 이는 곧 시청자가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현실감을 높인다. "내 옆 동네에서도 일어날 법한 이야기"라는 친근함은 곧 몰입으로 직결된다.
연출 또한 시청자의 몰입을 돕는다. 박신우 PD 특유의 세련된 영상미와 감각적인 화면 구성이 돋보인다. 빛과 색감을 활용해 캐릭터의 감정을 시각화하고, 음악과 편집으로 리듬을 살려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특히 OST는 극 중 감정선을 강화하는 핵심 장치로 작동한다. 최유리의 〈노란봄〉, 10CM의 〈노을〉, 시온의 〈On Your Side〉 등은 방영 후 음원 차트에서도 화제가 되었으며, 극의 몰입감을 배가시켰다.
등장인물 분석
〈미지의 서울〉의 또 다른 재미는 다채로운 캐릭터들에 있다. 특히 박보영이 연기한 유미지·유미래 자매는 극의 핵심 축이다.
유미지(박보영) : 활발하고 따뜻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끊임없이 고군분투하는 인물. 쌍둥이 언니로서 늘 가족을 챙기고, 주변 사람들을 돌보는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인생을 바꾸고 싶은 갈망이 그녀를 또 다른 선택으로 이끈다.
유미래(박보영) : 겉보기에 완벽한 커리어우먼이자 성공한 인플루언서. 그러나 내면에는 외로움과 상처가 자리한다. 동생과 삶을 바꾸며 자신이 놓치고 있던 소소한 행복을 깨닫는다.
이호수(박진영) : 따뜻하고 성실한 청년으로, 유미지와 유미래의 곁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삶에 관여한다.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캐릭터로, 많은 시청자의 ‘최애’가 되었다.
한세진(류경수) : 냉철하면서도 인간적인 양면성을 가진 인물. 자매와 얽히면서 극의 긴장과 균형을 조율한다.
이 외에도 자매를 둘러싼 가족, 직장 동료, 친구들이 등장하며, 모두 입체적인 매력을 가진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이야기에 의미를 부여하며 "내가 아는 누군가 같다"는 친근감을 주었다.
감상포인트
〈미지의 서울〉을 감상할 때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배우들의 연기 호흡이다. 박보영은 유미지와 유미래라는 상반된 캐릭터를 1인 2역으로 소화했다. 밝고 씩씩하지만 가끔은 불안한 유미지와, 겉으로는 차갑고 완벽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공허한 유미래를 명확히 구분 지으며 시청자들이 두 인물을 각각의 개별 인물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박진영은 이상적 남주인공의 틀을 깨고, 현실의 고뇌와 따뜻한 마음을 동시에 가진 이호수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류경수 역시 카리스마와 인간미가 공존하는 한세진 역으로 극의 무게감을 더했다.
둘째, 관계와 성장 서사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인물 간 관계의 얽힘에서 비롯된다. 자매 간의 갈등과 화해, 연인 간의 오해와 이해, 직장 내에서의 경쟁과 협력 등 다양한 관계가 교차하면서 이야기는 복잡하지만 유기적으로 흘러간다. 인물들은 서로의 삶을 경험하며 자기 삶을 새롭게 바라보고, 결국 성장하게 된다.
셋째, 사회적 메시지다. ‘다른 사람의 삶이 쉬워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주제는 현대 사회의 불평등, 젠더 이슈, 가족 문제, 직장 내 갈등 등 현실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 드라마는 이를 직접적이지 않고, 따뜻하면서도 현실적인 시선으로 풀어낸다. 덕분에 시청자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를 본다고 생각하다가도 문득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OST·연출의 매력
〈미지의 서울〉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OST와 연출이다. 드라마는 음악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감정의 언어로 사용했다. 최유리의 〈노란봄〉은 희망과 위로를 상징하며 극의 분위기를 한층 따뜻하게 만들었다. 10CM의 〈노을〉은 인물들의 쓸쓸한 순간을 감각적으로 채워주었고, 시온의 〈On Your Side〉는 사랑과 우정을 아우르는 핵심 테마곡으로 자리 잡았다.
연출은 감각적인 색감과 구도를 통해 극적 메시지를 강화했다. 도시 서울의 화려함과 쓸쓸함을 동시에 담아내며, 인물의 감정에 따라 배경과 조명을 세밀히 조율했다. 특히 ‘거울 장면’과 ‘이중 구도 촬영’은 자매의 대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탁월했다.
OTT 정보
〈미지의 서울〉은 tvN에서 방영과 동시에 티빙(TVING)과 넷플릭스에서 동시 공개되었다. 이는 최근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유통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내 시청자들은 티빙을 통해 실시간 및 다시보기를 즐길 수 있었으며,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동시 공개되면서 해외 팬층도 빠르게 형성되었다. 방영 직후 2025년 5월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주간 차트 3위를 기록했고, 시청 시간은 1,470만 시간, 조회수는 280만 회를 달성했다. 이후 6월에도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인기를 입증했다.
해외 팬들의 반응은 특히 SNS를 통해 활발히 공유되었다. "또 하나의 tvN 감성 드라마", "한국 드라마 특유의 따뜻함과 현실성이 잘 살아 있다", "쌍둥이 설정이 신선하다"라는 반응이 다수였다. 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유럽과 남미에서도 고르게 시청자가 늘어나며 ‘포스트 〈스물다섯 스물하나〉, 〈눈물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OTT 동시 방영 전략 덕분에 〈미지의 서울〉은 방영 중에도 국제 스트리밍 페스티벌에 초청되는 성과를 거두었고, 블루레이 출시와 대본집 출간 역시 글로벌 팬덤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였다.